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
과거에는 20대 후반만 되어도 이런 질문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성은 30세 전에, 남성은 30대 초반에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30대 중반에 첫 결혼을 하는 사람도 흔하고, 40대 이후에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사람은 평균 몇 살에 결혼할까?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9세, 여자 31.6세다. 남녀 모두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도 30대 초반으로 나타났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첫 결혼은 20대의 일이 아니라 30대의 중요한 인생 사건이 된 셈이다.
다만 평균 초혼연령이 남자 33.9세라는 것은 모든 남성이 34세 무렵 결혼한다는 뜻은 아니다. 20대에 결혼하는 사람과 40대 이후 결혼하는 사람을 모두 합쳐 평균을 낸 값이다. 지역과 직업, 소득, 주거 상황에 따라서도 실제 결혼 시기는 크게 달라진다.
대한민국의 결혼 연령은 왜 계속 높아지고 있을까? 과거와 비교하면 얼마나 늦어졌으며,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을까?
1. 남자는 33.9세, 여자는 31.6세에 처음 결혼한다
2025년 대한민국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9세, 여자 31.6세다. 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약 2.3세 많은 시점에 첫 결혼을 하는 셈이다.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전년보다 0.1세 높아졌고, 남성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 혼인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연령대도 남녀 모두 30~34세다. 2025년 해당 연령 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는 남성 53.9건, 여성 57.6건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20대 후반보다 30대 초반에 결혼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0년간 혼인 변화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95년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약 28.4세, 여자 약 25.3세였다. 2024년에는 남자 33.9세, 여자 31.6세로 올라 남성은 5.5세, 여성은 6.2세 늦어졌다. 특히 여성의 결혼 연령 상승 폭이 남성보다 컸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뒤 몇 년 안에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로 여겨졌다. 여성은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20대 중후반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은 군 복무와 취업을 마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결혼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금은 대학 졸업과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학자금대출이나 주거비를 해결해야 한다. 결혼을 생각할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예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과거에는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결혼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좋은 상대를 만나지 못했거나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가 자연스러워졌다.
흥미로운 점은 결혼 건수 자체는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혼인 건수는 약 24만 건으로 전년보다 8.1% 늘었다. 2024년에도 전년보다 14.8% 증가했기 때문에 혼인 건수는 2년 연속 큰 폭의 증가 흐름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에 미뤄졌던 결혼이 뒤늦게 진행된 영향,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인구가 주요 혼인 연령대에 진입한 영향 등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혼인 건수가 늘었다고 해서 결혼 연령이 다시 낮아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보다 훨씬 늦게 결혼하고 있다.
2. 결혼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돈과 주거 문제다
결혼 연령이 높아진 이유를 단순히 “요즘 사람들은 결혼을 싫어한다”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혼 의향은 있어도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미루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비다.
결혼 후 함께 살 집을 마련하려면 전세보증금이나 주택 구입 자금이 필요하다. 수도권에서는 작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구하는 데도 수억 원이 필요할 수 있다. 부모의 지원 없이 신혼집을 마련하려면 오랫동안 저축하거나 큰 대출을 받아야 한다.
결혼식 비용도 부담이다.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 스드메, 예물, 신혼여행, 혼수까지 합하면 결혼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천만 원이 필요하다. 결혼식 규모를 줄일 수는 있지만 양가 부모와 친척의 기대까지 고려하면 비용을 마음대로 줄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고용 불안 역시 결혼을 늦추는 원인이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미래 소득을 예측하기 어렵다. 월급은 받고 있지만 직장을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면 주택대출과 자녀계획을 포함한 결혼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남성에게는 여전히 경제적 준비에 대한 부담이 강하게 작용한다. 신혼집이나 결혼비용을 더 많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일정 수준의 저축과 직업 안정성을 갖춘 뒤 결혼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 과정에서 남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자연스럽게 30대 중반에 가까워진다.
여성의 결혼 연령이 빠르게 높아진 데에는 교육 수준과 경제활동의 변화도 영향을 줬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취업 후 경력을 쌓는 여성이 늘면서 결혼이 반드시 20대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니게 됐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결혼하려는 경우도 많다.
연애와 배우자 선택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직장, 지역사회를 통해 결혼 상대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개인의 가치관과 생활방식, 경제관념, 자녀계획까지 맞는 상대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단순히 나이가 찼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하기보다 충분히 잘 맞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결혼 후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맞벌이를 하면서 가사와 육아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양가 부모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중요해졌다. 결혼이 단순히 함께 사는 일이 아니라 삶 전체를 조정하는 선택으로 인식되면서 결정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지역에 따라서도 혼인 양상은 다르다. 2025년 인구 1천 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대전이 6.1건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 5.3건, 세종 5.1건 순이었다. 지역의 인구구조와 청년층 비중, 주거 및 일자리 환경에 따라 결혼이 발생하는 빈도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3. 늦은 결혼은 출산과 가족의 모습까지 바꾸고 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 결혼식 시기만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첫 출산과 둘째 출산 시기도 함께 늦어지고, 한 가정이 낳는 자녀 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의 대부분이 혼인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결혼을 늦게 하면 자연스럽게 첫 아이를 낳는 시기도 늦어진다. 첫째 아이를 30대 중후반에 낳으면 둘째와 셋째를 계획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출산율은 20대에서 감소하고 30대와 40대 초반에서 증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첫째아의 비중은 높아진 반면 둘째와 셋째 이상 자녀의 비중은 낮아졌다. 늦은 결혼과 출산이 한 자녀 가정의 증가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결혼을 무조건 일찍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너무 이른 결혼은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거와 육아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준비를 마친 뒤 결혼하면 관계와 경제생활을 안정적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결혼을 늦추는 이유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인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루는 것인지다.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 하지 않는 사람과 집값, 일자리, 돌봄 부담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 결혼 후에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문화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남녀가 가사와 육아를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는 신뢰도 중요하다. 결혼 이후 한쪽에게 희생이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혼은 매력적인 선택이 되기 어렵다. 특히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위험이 크게 남아 있다면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람이 처음 결혼하는 평균 나이는 남자 33.9세, 여자 31.6세다. 약 3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5년 이상, 여성은 6년 이상 늦어졌다. 이제 30대 초반의 결혼은 늦은 결혼이 아니라 가장 일반적인 결혼 시기가 됐다.
하지만 평균은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다. 20대에 결혼하는 사람도 있고 40대에 처음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정해놓은 적령기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과 현실적인 준비 상태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결혼이 늦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요즘 세대가 이기적이거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결혼에 필요한 경제적 조건과 관계의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대한민국의 평균 결혼 나이는 앞으로도 쉽게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취업과 주거 안정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결혼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인식도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몇 살에 결혼해야 정상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시기에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인가”라는 질문이다. 평균 결혼 연령 33.9세와 31.6세라는 숫자 안에는 단순한 세대 변화뿐 아니라 집값, 일자리, 경력, 육아, 개인의 가치관이 모두 담겨 있다.